5. 수면 루틴과 불확실성

나는 규칙적인 수면을 할 상인가?

by 이해솔

전업작가 선언을 하면 당연히 자유로운 시간 관리가 가능해진다. 늦잠을 잔다고 인사고과를 좋지 않게 주는 상사도 없을뿐더러, KPI를 설정해 놓고 달성률을 감독하는 성과관리 체계도 없다.


그래서 나 역시 전업작가 선언 후 거의 3달가량은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의외로 글쓰기 효율은 나쁘지 않았다. 앉아만 있다고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도중에 집중이 끊기면 영화도 한 편 보고, 차를 몰로 경기도 외곽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 결과 북유럽 여행기도 투고할 수 있었고, 강연 준비와 브랜딩 시도도 열심히 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루틴을 풀어버리니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전업작가지 사실 한 손에 책 하나 들고 전쟁터로 뛰쳐나온 것에 불과한데, 불확실성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주말에도 쉬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내 욕심이 생기면 언제든 주말에도 일 할 수 있다. 물론, 평일 중 하루는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멍하니 앉아있게 되지만. 그렇게 내 눈 밑은 퀭해져 갔다. 틈틈이 요가를 다니며 건강을 지키려 애썼는데, 왜 위장은 자주 탈이 나고 몸은 긴장으로 뻐근하고 잠을 설치는 걸까?

그 이유를 나는 수면 루틴에서 찾았다. 나처럼 그 무엇보다 수면이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수면의 질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굉장히 아이러니가 아닌가. 회사에 다닐 때야 출근 시간이 있으니 지각이 있고,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수면이 부족하더라도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어느 누구도 일어나는 시간에 간섭하지 않는다.


루틴 한 수면과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수면 중, 어떤 것이 더 좋을까? 3개월 간 스스로 임상실험을 한 끝에, 적어도 나는 루틴 한 수면이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고 싶을 때 마음껏 불규칙하게 잔다는 뜻은, 명령을 수행하는 몸이 내 수면 사이클이 어떻게 되는지 대비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몸이 대비할 시간이 없어서 몸이 긴장한 채로 굳어져 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그냥 아무 때나 편하게 푹 자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 알지 않은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발하던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발적으로 다시 루틴 한 수면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11시 취침 - 7시 기상]으로 말이다. 몸에게 주인이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날지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서.


내가 알아낸 '나'는 잠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며, 자유로운 패턴보다는 루틴 한 수면이 중요한 사람이다. 프리랜서가 되니, 싫어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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