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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전업작가 생존기
7. 번아웃 회복 강연
첫 강연의 두려움
by
이해솔
Aug 25. 2023
밀알복지재단 여수쌍봉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 직원 25명을 대상으로 제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책을 바탕으로 번아웃 회복 강연을 진행해 달라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무려 쌍봉복지관 25년 역사상 작가를 강연에 부른 건 처음이라 직원분들 기대가 크다는 무시무시한 말씀과 함께요.
기쁜 마음과 함께, 이미 번아웃을 수도 없이 겪으며 내공이 상당하실 사회복지사분들 앞에서 어떻게 강연 원고를 짜야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더 강렬한 메시지와 함께 저를 멋있게 포장하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확신에 차서 '이 길이 옳은 길이다.'라고 안내하는 게 좋은 강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계속 강연 원고를 준비하며 드는 생각은 <내 책의 장점이 무엇이었더라?>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한 제 글쓰기의 장점은 솔직하고 담백한 어투입니다. 그런 책을 읽고 제안을 해주셨는데, 멋있게 꾸미는 강연이 과연 옳은 강연일까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책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했던 두 번의 제 산티아고 순례의 구체적 동기와, 순례 과정에서의 세부 에피소드와 깨달음, 순례 이후 제 삶에서 일어난 변화를 <번아웃 회복>이라는 주제로 솔직하게 묶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번아웃을 겪었던 경험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원고 끝에 덧붙였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들과 함께요. 특히
<번아웃은 '나'를 찾아야 회복된다.>
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내가 잘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드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강연에 임하기로 했습니다.
KTX를 타고 드디어 제 첫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꽤 오는 날 여수로 가는 동안, 긴장으로 배도 아프고 목도 뻣뻣하게 굳어갔습니다.
복지관 규모가 커서 놀란 마음도 잠시, 관장실에 가서 기관장님께 인사를 간단히 드리고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NGO 출신이라서 알거든요? 저런 현수막 하나도 후원금을 아끼기 위해서 함부로 만들지 않는다는 걸요. 근데 무려 제 이름과 책으로 현수막도 걸어두시고 환영해 주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저는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움켜잡고 인사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사님들께서 저보다 더 번아웃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실 것으로 아는데, 그래도 제 스토리에서도 하나의 사례로써 인사이트를 건지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서두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팔짱을 끼고 닫힌 마음으로 들으시던 분들까지 제가 진심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니 표정이 풀리시고 미소가 지어지시던 것은 제 기분 탓일까요?
어느새 한 시간 반의 강연과 질의응답시간까지 이어졌고, 끝맺음 인사를 드리니 몇 분께서 책을 들고 오셔서 사인까지 받아가시는데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신인 작가이니 기대도 크지 않으셨을 거예요. 그렇지만 기대이상이었다는 말씀을 다들 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먼 길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시는데 당연히 가야지요.
비가 꽤 많이 오길래 기관장님께서 숙소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셨습니다만, 사회복지사분들이 일과시간을 얼마나 바쁘게 보내시는지 알기 때문에 정중히 사양드렸습니다. 복지관을 뒤로한 채로 비가 오는 여수를 우산을 들고 기쁜 마음으로 걸어 다녔습니다.
모든 분께서 제 강연이 마음에 드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진심과 함께 <자아정체성>에 관한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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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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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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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여행의 위로 - 북유럽에서 나를 찾다> 저자, 에세이 작가 & 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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