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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웹소설 작가 준비 과정

투고하면 될 줄 알았지

by 이해솔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올해 5월 말부터였다. 그리고 각 잡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올해 6월 초부터였고.


현재 웹소설, 기존에는 장르 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더 오래 전인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때 친구가 <이경영> 작가님의 '가즈나이트'라는 소설 1권을 가지고 나타났는데, 당시 나는 겉멋만 들어있던 독자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김진명> 작가님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을 순식간에 읽고 주변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던 일에 익숙했는데, 웬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장르소설이라니.


코웃음을 치며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는데,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듯한 몰입력과 대리만족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소설 전권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른 장르소설로도 흥미는 연결되었고, 중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책방에 있던 거의 모든 판타지/무협 장르소설을 읽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책방 VIP대우를 받았고, 아르바이트생이 반납도서를 제자리에 꽂기 위해 방황하고 있으면 내가 옆에 딱 달라붙어서 자리를 알려줄 정도로 터줏대감이 되었다.


처음에는 가만히 놔두시던 부모님은 형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공부성적이 장르소설 때문이라고 생각하셨는지, 한 번만 더 소설책이 눈에 띄면 불태워버릴 거라는 엄포를 하시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뭔가에 빠져들면 절대 놓지 않는 내 성격 탓에, 나는 몰래 소설책을 빌려서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숨기기 시작했다. 독서시간은 부모님께서 잠드신 이후였고, 형광등을 켰다가 문 틈으로 새어나간 빛 때문에 몇 번 뒤지게 맞고 난 다음부터는 책상 위 스탠드 조명을 이용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빛이 문틈 아래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중학교에서는 판타지 소설 동아리를 만들었고, 친구들과 어른이 되면 공저로 판타지 소설을 집필해 보자는 포부를 가졌다(이제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잊힌 약속이 되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나 스스로도 공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장르소설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이 관심은 2020년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책방에서 빌릴 필요도 없이 '웹소설'의 형태로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부터다. 심지어 예전에는 밥이나 먹고살까 싶었던 장르소설가들이 떼돈을 쓸어 담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니, 어릴 때부터 구력이 남달랐던 나도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심지어 회계사로 살고 있는 동생이 취미로 웹소설을 쓰는데 데뷔작으로 3천만 원 정도를 벌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대박을 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전업작가 선언을 한 김에 순문학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사회적 인정을 받고,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는 중박만 쳐도 꽤 벌이가 짭짤할 웹소설 작가로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연히 나는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출간 계약 때처럼 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달간 열심히 한 권 분량의 글을 써서, 이미 웹소설작가로 데뷔한 동생에게 보여줘 보았다.


"형! 대박이야. 나보다 잘 써서 질투심이 생길 정도인데 얼른 투고해 봐. 메이저급에서 무조건 연락 올 것 같아."

"뭐??? 내가 웹소설 유명작가가 될 수 있다고? 참을 수 없지."


그렇게 투고한 유명 웹소설 출판사 열 곳은, 한 곳도 빠짐없이 나에게 '계약불가'선언을 했다.


그리고 나는 이를 악물고 웹소설 아카데미들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았다. 그 결과,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쪽 시장은 좋은 글을 써도 커넥션이 없으면 데뷔하기 힘듭니다. 저희 수업과정을 완강하시면 그 연결을 시켜드릴 수 있으며 수업비용은 000원입니다."


그러니까, 소위 브로커를 통해야 데뷔할 수 있는 시장이었던 거다. 심지어 데뷔한 그 동생조차 웹소설 아카데미를 통해 데뷔했는데, 자기도 이런 방식일 줄 몰랐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물론, 내가 쓴 글이 완전 'SSS급'이었다면 당장 계약하자는 연락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그 후, 나는 웹소설 아카데미 한 곳과 수업을 진행했고 그곳이 그리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결론(자신이 운영하는 영세 출판사와 계약하자고 함)에 이르렀다. 수업 스타일도 반말 찍찍하는 가스라이팅 일변도였고 수강생도 나를 포함해 두 명에 불과했다. 더 이상 들을 게 없다는 판단 하에 다른 곳과 작가데뷔과정 수업을 듣기로 했다.


꽤 큰 곳이었고 2달간 수업을 잘 따라온다는 전제로 출석률, 과제제출률, 기존 글쓰기 경험을 근거로 수강생 50% 이상은 데뷔한다는 곳이었고 배출된 작가들도 유명작가들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너무 인기가 많은 강좌라 기수업은 마감되었고 수업이 시작하려면 수개월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 데뷔분량인 4권 분량까지 홀로 미리 써두고 수업에 임하려 한다. 나는 잘 준비해서 데뷔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추후에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맨땅에 헤딩하는 투고는 말리고 싶다. 무료연재사이트에 연재를 먼저 해보거나 제대로 된 웹소설 아카데미를 통한 커넥션을 활용해 보면 좋겠다. 주의할 점은 '유료연재이력'이 있는 작품은 출판사들이 꺼리니 조심할 것.


그리고 이쪽이 눈먼 시장이라 그런지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다. 꼭 양심적이고 제대로 된 출판사나 아카데미를 통하기를 바란다. 심지어 아카데미 한 곳과 통화하면서 이런 넋두리를 했더니, 이쪽에 사기꾼들 많으니 조심하라는 무시무시한 조언을 들려주신다. 내가 겪은 건 보통인가 보다 싶을 정도로.


내가 다시 등록한 아카데미도 부디 좋은 곳이기를.


※저 역시 이쪽 분야에서는 맨땅에 헤딩 중이므로 제 말이 꼭 옳은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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