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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Oct 11. 2023

10. 프로필 촬영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작가가 되기 전까지 프로필 사진은 모델이나 연예인 같은 셀럽, 혹은 개업한 전문직들만 촬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으로 프로필의 필요성을 자각한 건 첫 책 출간을 앞둔 시점이었던 4월, 편집자님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책날개 내지에 프로필 사진을 싣고자 하는데 적합한 사진이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황급히 사진들을 뒤져서 최대한 분위기 있게 나온, 옆얼굴만 보이는 사진을 보내드렸었다.


결국 올해 7월 출간된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에 실린 내 프로필은 얼굴 옆모습 담긴 모습으로 나왔다.


하지만 겸업작가가 되려던 원래 계획과 달리, 전업작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상 제대로 된 프로필이 필요해졌다.


순히 작가가 된 줄 알았던 내가 사실상 무자본 창업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보는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중요해졌다.


나는 시장에 던져진 상품이었고, 내 책이나 글이 독자에게 가서 닿기 위해서는 우선 '보기 좋은 떡'이 될 필요가 있었다.


강연 홍보를 위해서든, 책 홍보나 셀프브랜딩을 위해서든 제대로 된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결다.


그래서 나는 일정기간 동안 다른 작가님들의 프로필사진을 열심히 탐방하고 다녔다.


보통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찍은 경우가 많았고, 흑백으로 분위기를 입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왕 찍을 프로필이라면 좀 더 특별하게 찍고 싶었다. 지인 중에 사진을 업으로 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SNS에서 모델 스냅사진을 주로 찍 친구인데, 나와는 10년도 더 된 동갑내기 친구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표정이 굳는 나는, 어색한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살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곧장 연락해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전문 프로필 사진작가에게 부탁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인을 어렵게 설득해서 촬영 일정을 잡고, 장소로는 산티아고 순례자 부부이자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서촌 카페알베르게'로 정했다.


나를 위해서 무려 오픈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문을 열어주신 사장님은 2층을 통으로 빌려주셨고, 무사히 프로필 사진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소품으로는 작가를 상징하는 '펜'과 내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자 취미인 '시계'를 이용했다.


착장으로 네이비 재킷과 검은 면바지, 모직 셔츠와 검은 청바지, 흰 셔츠와 연한 청바지를 준비하고 아침 이른 시간에 헤어 스타일링까지 받았다.


사진작가 친구와집이 가까운 관계로 식사를 함께 하거나 티타임을 가지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서로 하는 일이 맞닿을 일은 없었다.


처음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동갑 친구의 모습을 보았고, 카메라에 눈을 가져다 대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까지 미소가 지어졌다.


친구의 디렉션도 좋았고, 여러 가지 자세나 표정으로 생각보다 촬영을 즐기고 있는 내 모습도 새로웠다.


총 1시간이 걸린 프로필 촬영 결과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세 장을 이곳에 공유한다.


다른 작가님들처럼 전문 프로필 작가님께 촬영한 프로필은 아니지만, 오히려 친구가 나를 해석하는 시각과 애정이 담겨 있는 결과물이라 나에게는 더욱 특별한 프로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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