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했을 때 달빛이 밝은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그전에는 살면서 한 번도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읽던 책 어딘가에서 달빛이 밤을 밝힌다는 부분이 나오면 과장된 이야기 같았기도 하고.
도시는 특히 한밤 중에도 가로등이 밝으니까 달빛에만 의존해서 밤길을 걸을 일은 절대 없었다.
그러나 당시에 내가 머무르던 제주도 성산 앞바다는 추석이었어서 그런지 밤을 밝히는 어선도 없고 가로등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인지 운이 좋게도 흐린 구름 사이로 간간이 비치는 달빛을 볼 수 있었는데 구름 사이로 밝은 보름달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파도치는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이며 사람을 홀렸다.
그날, 온전히 드러난 자연을 관찰했던 게 다시없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마터면 달빛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삶을 계속 흘려보낼 뻔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