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손톱소설

by 김쾌대

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만나자고 보채는 남자의 요청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니, 24시간을 내 생각만 하고 지내는거야?"


남자는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가벼운 한숨 소리도 감지했다. 그 느낌은 코를 풀거나 입주변을 닦아내면 휴지에 묻어나는 흔적과도 같았고, 그건 놀람보다는 일종의 경멸감일 것이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수평저울 양쪽에 놓인 물질이 동일한 무게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가 한쪽의 부피가 과다하게 부풀어 오르더라도 질량에 변화가 없는 한, 아직 저울은 한편으로 쏠리지 않는다.


하지만 부풀어오르던 편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울은 휘청거리며 기울다가 마침내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 위로 하염없이 눈이 내려 쌓이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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