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장맛비 내리고
오늘은 잠깐 푸른 하늘 빠끔히
얼굴 내밀고는 반갑게 웃는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거니?'
내 부끄러운 책이,
내 내세울 것 없는 문장이,
비 주룩주룩 내리는 누군가의
지겹고 우중충하고 습한 마음에
반짝, 작은 안부를 묻게 된다면.
여름 나무의 싱그러운 잎들이
경쾌한 탄력으로 빗물을 털어내듯
당신도 그렇게 의연할 수 있다면.
나이 들어 젖은 낙엽 되어
거추장스럽게 달라붙지 않는
저 짧은 하늘의 푸르름에서
아름다운 황혼으로 물들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