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혀튼 소리

잠깐 하늘

혀튼 소리

by 김쾌대

어제는 하루 종일 장맛비 내리고

오늘은 잠깐 푸른 하늘 빠끔히

얼굴 내밀고는 반갑게 웃는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거니?'


내 부끄러운 책이,

내 내세울 것 없는 문장이,

비 주룩주룩 내리는 누군가의

지겹고 우중충하고 습한 마음에

반짝, 작은 안부를 묻게 된다면.


여름 나무의 싱그러운 잎들이

경쾌한 탄력으로 빗물을 털어내듯

당신도 그렇게 의연할 수 있다면.


나이 들어 젖은 낙엽 되어

거추장스럽게 달라붙지 않는

저 짧은 하늘의 푸르름에서

아름다운 황혼으로 물들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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