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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규제와 기업가정신

by yykim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타개할 기업가정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책, 제도, 풍토가 변화, 도전, 혁신의 기업가정신을 이끌어내는 데 적합한지, 나아가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규제를 이야기하고 높은 물가, 지가, 임금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반기업 정서나 적대적 노사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에 속한다.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작업안전, 근로보호의 목적에 우선하여 오너나 CEO를 처벌하는 데 더 중점이 두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52시간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전체를 풀기에 앞서 반도체 분야만이라도 풀어보자는 것도 쉽사리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종류의 기업활동 규제나 반기업 정책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정책과 제도마다 고유한 정책취지와 시행의도가 있고 엄밀한 효과분석을 요하는 것이기에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지 재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올해 8월 통과되어 1년 뒤 시행 예정인 더 센 상법이나 이미 9월 공포된 노란봉투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기존 이해관계자의 보호 장벽에 막혀 좌절한 사례로 타다와 로톡을 들 수 있다. 타다는 기사가 딸린 렌터카 사업이고 로톡은 온라인상의 법률 플랫폼 사업인데 각각 택시업계, 변호사단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가세로 인하여 시행도 못해보고 막을 내린 경우에 해당한다. 기득권자 보호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것만을 중시한다면 새로운 기술체제로 등장한 자동차를 포기하고 계속하여 마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가치체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Move Fast, Break Things’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민하다가 결정이 되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고 무언가 깨부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는가? 아마도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한국의 사업여건은 ‘Move Slow, Preserve Things’라고 표현해야 정확한 것이 아닐까?

기업가정신은 기존기업과 신규창업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규 진입자의 창업이 필요하고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혁신보다는 관리로 중점이 이동한 기존사업을 재활성화 하여 관리보다 혁신이 우선시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가정신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기업가정신 육성을 위해서는 기업가들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나 유관단체의 기업가적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출현과 함께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의 역할과 성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인허가 받는 데 몇 달이 걸리고 기존의 규칙에 어긋나서는 안 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기존기업의 변화와 혁신, 신규창업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2025.2.28 문화일보 논단에 실린 칼럼을 최근 약간 수정한 것임2025.2.28 문화일보 논단을 최근 약간 수정2025.2.28 문화일보 논단을 최근 약간 수정2025.2.28 문화일보 논단을 최근 약간 수정2025.2.282025.2.28 문화일보 논단을 최근 약간 수정2025.2.28 문화일보 논단을 최근 약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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