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기업 어떻게 다른가
‘기업이란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기업의 본질이나 성격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하다면 간접적으로 기업이 시장과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어디까지가 기업이고 어디서부터가 시장인가 즉 기업의 경계(boundaries of the firm)가 어떻게 정해지는가가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의 경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밖은 시장이고 기업의 안은 내부조직이다. 유명한 경제학자 Williamson은 Markets and Hierarchies(1975)라는 책에서 시장과 기업(내부조직 또는 위계조직과 같은 의미로 쓰임)의 경제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분석하였다.
흔히 기업은 시장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섬으로 비유가 된다. 큰 섬도 있고 작은 섬도 있다. 내용이 복잡한 섬이 있는가 하면 단순하게 구성된 섬도 있다. 섬과 섬이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다음 그림을 보기로 하자.
그림에서 각각의 점은 구분가능한 사업활동을 나타낸다. 기업 A는 하나의 활동만을 하는데 반해 기업 B, C, D의 사업범위에는 여러 가지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 B는 수평적으로 관련된 활동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 C는 수직적으로 관련된 활동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 D는 관련성이 있거나 없는 사업활동에 다각적으로 걸쳐 있다.
이렇게 기업의 형태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는데 어떠한 경우에도 기업의 밖은 시장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공통이다. 그렇다면 경제활동 내지 사업활동을 기업안에서 수행하는 것과 기업밖 즉 시장에서 교환하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는 기업내 활동과 시장거래의 장단점을 따져봄으로써 알 수 있다.
최종산출에 필요한 중간투입의 재화나 서비스를 기업에서 자체 생산하는 경우와 타기업에서 구입하는 경우를 상정해보자. 타기업에서 사다쓰지 않고 직접 만들게 되면 몇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전체 공정상의 흐름을 조정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물건 하나 만드는 데에도 여러 가지 활동이 상호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간에 유기적인 협조와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복잡하고 다양한 활동들로 구성된 현대기업에 있어서 조정(coordination)의 문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정이 기업내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기업 안에는 위계조직상의 상급자나 조정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등의 중앙통제조직이 있어 시장에서 대등한 거래당사자간에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조정이 훨씬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그 결과 조정하는데 드는 시간이나 비용이 절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