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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열 Jul 24. 2024

멋진 인생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멋지지 않을 테지만 나에게는 이 정도면 괜찮다 아니 멋지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 있다. 퇴임하고 나서도 여기저기 사람을 만나고, 일을 받아서 또는 남에게 부탁하거나 스스로 만들어서 일을 하고, 저녁모임 자리를 자주 하며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그러지 못해서 샘이 나거나 시빗거리 만들어서 어깃장 부릴 생각, 눈곱만치도 없다. 내 생긴 대로 사는 방식과 안 맞기 때문이다.

나는 퇴임 후 약간의 방황기를 거쳐서, 이제 매일같이 지하철 타고 매일같이 공공도서관 가는, 남들이 따분하다고 할만한, 그런 삶을 산다. 나는 괜찮고 심지어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터로 가거나 볼일 보러 나가는 모습에 역동감을 느낀다. 모두 열심히 사는구나, 지하철에서는 여러 종류의 사람을 볼 수 있구나 등등 수많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어서 도서관에 가서 긴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자기 전공분야를 떠나 인문학 일반의 책 중에 이렇게 좋은 것들이 많았나 새삼 놀라게 된다. 내가 쓰고 싶은 글도 마음껏 쓴다. 글 쓰는 일이 쉽진 않지만, 큰 성취감을 주고, 치매 예방도 되고, 무언가 족적을 남기는 의미도 있기에, 나는 만족한다. 이 정도면 폼 나지는 않지만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할 필요도 없고, 돈에 목매여서 여기저기 기웃거릴 일도 없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삶, 나아가 멋진 인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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