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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열 Oct 13. 2020

프로방스&헤이리

어쩌다 쨍한 사진 건지게 된 사연

가을의 초엽, 모처럼 사진 찍으러 파주에 있는 프로방스와 헤이리를 방문하였다. 파주는 서울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프로방스와 헤이리는 건너편에 있어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프로방스는 예쁜 조형물이 많고 헤이리는 매우 넓어서 산책하거나 사진 찍기에 참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찍은 사진 중에 평소 그렇게 갈망했던, 선예도가 뛰어난(일명 쨍한) 그리고 진한 색감의 사진을 건지게 될 줄이야. 그런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건지게 됐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사진은 대부분 쨍하거나 진한 것들이어서 이 작가는 매우 좋은 장비를 쓰기에 이런 사진을 찍는구나 생각을 했었다. 또한 내가 십여 년 사진 찍고 다니면서도 그런 사진을 찍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 건지게 된 사진들이 어쩌다 그렇게 찍힌 것은 분명한데 내가 한 일은 UV필터를 CPL필터로 갈아 끼우고 노출고정을 해가면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뿐이다. 내 카메라는 풀프레임도 아니고 렌즈는 L렌즈도 아니며 조명의 도움을 받는 일은 아예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단지 필터 바꾸고 노출 고정했다고 쨍하고 진한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한 가지 추측 가능한 것은 어쩌다 카메라 초점의 핀 고정이 잘돼서 그럴 수는 있다. 다만 왜 그렇게 됐는지, 다음에도 그렇게 될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한 가지 깨닫게 된 점은, 그간 누누이 들은 말처럼, 좋은 사진은 어떤 장비를 쓰는가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장비 탓 하지 않고, 자주 사진 찍으러 다니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사진 찍고 등 기본상식을 지키면 더 좋은 사진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되었다. 아 참, CPL필터를 쓰니 확실히 하늘 색깔이 진해지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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