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의 삶을 떠올리면 늘 먼저 떠오르는 한 장면. 분홍빛 노을이 지고 있는 주택가 지붕을 바라보며, 나는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다. 목적지는 키바 공원 옆 카페. 6시면 문을 닫는 그곳의 커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아내와 함께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다. 발은 분주하지만 마음은 왠지 여유롭다. 내가 좇고 있는 게 다른 것이 아닌, 한 잔의 커피라는 것 때문이었을까.
다음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테니스장을 향해 느긋하게 걷고 있는 아내와 나. 멀리 스카이트리가 보인다. 늘 보는 풍경에 감흥 없이 걷고 있는 퇴근길 인파 사이로 테니스 가방을 멘 우리가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리며 예쁜 풍경을 찾고 있다. 2년 가까이 살았어도 여전히 감동을 주는 동네의 전경. 우리는 중간중간 멈춰 서며 사진을 남긴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 도쿄에서 떠나는 날까지도 나는 스스로를 장기 여행객으로 규정했다. 주민들의 삶에 깊이 녹아들기보다는 그들 주위를 부유하는 관찰자라고 여겼다. 실제로도 그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덕에 나는 좋은 기억만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돌아온 지 벌써 3개월. 아내와 나는 언제 다시 도쿄로 돌아갈지 의논을 한다.
다시 도쿄로 돌아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노을이 매일 모습을 바꾸는 것처럼 이번엔 도쿄의 모습도 이전과 다를지 모른다. 이번에 이주를 한다면 더 오래 머물 것이고, 오랜 일본 생활을 한 지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안 좋은 모습들도 마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한번 그 도시에 녹아든 나와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같은 공간, 같은 상황이더라도 처음 생활했던 도쿄와 두 번째 생활하는 도쿄를 다른 도시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좋은 기억만 진하게 남은 나의 첫 번째 도쿄는 오래오래 남아주길.
다시 떠올려도 좋은 기억 뿐인 도쿄에 대한 회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