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도 거리 두기는 필요하다.
“살을 빼고 싶은데 술을 먹고 싶어서 스트레스받아.”
“그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상대방이 나에게 차분하게 대답한다며 흡족해했다.
“그건 네가 선택해야 할 부분이야.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그냥 술을 마셔.”
상대방은 결국 술을 마시기로 결정했고 기뻐했다.
예전에 나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더 행복해할까 괜히 감정이입이 되고 전전긍긍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니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도 내가 감정이 평탄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더 잘 구분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관조적 이어졌다고 해야 할까? 책 읽기의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건조한 반응 아니냐고 서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필요한 상황에서는 꽤 감정적이고 공감할 줄 안다. 모든 상황에서 그런 반응을 하는 일은 꽤나 소모적인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애를 써도 결과가 더 나아지지 않을 때도 많고 말이다.
내가 처해진 모든 상황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인생의 균형이 있어서 정말 필요하다고 요즘에 느낀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 상황의 본질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내가 소설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소설을 읽으면 때로는 나와의 거리 두기를 잘할 수 있게 된다.
너무 가까이에서 글자를 읽으면 글자의 형태가 희미해지는 것처럼 너무 나에 대해서 거리를 두지 않고 생각하면 깨닫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거리 두기는 인간관계에서도, 나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백의 미는 예술적으로 뿐만 아니라 관계적 측면에서도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