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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후의 편지

시절인연에게

by 산뜻

안녕.

오랜만이지?

혹시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랬으면, 참 좋겠다.


사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누구에게 들려주려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너에게, 너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었어.

그러니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해.


그 시절의 너와 나는

조금 어렸고,

많이 미숙했고,

무서움도 참 많았지.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게

조금은… 너무 빨랐던 것 같아.


혹시 네 마음 어딘가에

“그때 그 마음, 진짜였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다면—

응, 진짜였어.

나는 널 정말 좋아했어.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날 문득

덮어두었던 기억이 밀려왔어.

네가 생각났고,

함께 웃었던 밤들,

맥주와 샌드위치, 닭발,

그리고 작은 카페 안에서의 대화,

손끝에 스쳤던 따뜻함까지

모두 선명하게 떠올랐어.


그래서, 문득 궁금했어.

혹시 너도 가끔

내 생각을 한 적이 있었을까?


아직도 가끔,
그때 내가 서툴렀던 순간들이 자꾸 생각나.

네 이름을 잘못 부르던 일,
네가 좋아하던 축구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일,
술기운에 너의 고백을 듣고도 모른 척했던 일.

지금 돌아보면,
왠지 너를 아프게 했을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쓰려.

그때 내가 그렇게 했던 건,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야.

그냥,

그때의 내가 그렇게밖에 할 줄 몰랐던 거야.
혼란스럽고, 버겁고,
무서웠어.

너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정말 미안해.

그렇지만,
내 마음은 진짜였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얼마나 선명했었는지 알게 됐어.


하지만 이제 나는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어.

그래서 다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야.

그냥, 말하고 싶었어.

그 시절 너도 참 많이 힘들었다는 거,

나는 이제야 정말 이해해.

그리고 원망하지 않아.

오히려… 미안해.


너는 나에게 여러 번 사과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지.

감정에 빠져서

우리 사이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했던 거,

그건 나의 어리석음이었어.

그때 나는,

참 많이 아팠고,

그 아픔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

그걸 이제서야 고백할 수 있게 됐어.

용서해 줄 수 있을까?


그래도 말이야—

너를 좋아했던 그 시간,

나에게 참 소중했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너는 나의,

시절 인연이었으니까.


지금 너의 하루가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나는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어.

네 밤이 조금 더 편안해지길,

진심으로 바랄게.


부디, 잘 지내.

안녕.


— 한때 너를 품었던 마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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