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용기
흙 속에 파묻혀 단단한 겉을
내내 포근포근한 흙 입자에
온 데를 둘러싸인 채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다
평생을 흙 이불 덮고서
언제 연둣빛 새싹을 피워낼지도 모르고
어디까지 줄기를 뻗칠지도 모르고
어떤 모양의 열매와 잎이 될지도
씨앗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도, 햇빛도, 공기 중에도
씨앗에게 속삭이듯
씨앗아,
너는 정말로 큰 나무가 될 거야
그렇게 씨앗은 응원을 먹고
자신이 나무인 줄 이제야 알고
포근포근
흙 이불을
빼꼼 걷어내고서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