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로 보는 한양’ 5

도봉산(道峯山), 한양의 금강산

by 박동욱

도봉산(道峯山), 한양의 금강산


도봉산(道峯山)은 지금의 서울시 도봉구와 경기도 양주군ㆍ의정부시에 걸쳐 있는 산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곳곳에 기암절벽이 솟아 있다. 도봉산의 높이는 739.5m로 아담하지만 아름다워서 한양의 금강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주봉은 자운봉인데, 선인봉, 만장봉 등과 함께 세 봉우리가 유명하다. 산중에는 인근 60여 개 사찰 중 제일 오래된 건축물인 천축사(天竺寺)를 비롯하여 망월사(望月寺)·쌍룡사(雙龍寺)·회룡사(回龍寺) 등의 명찰이 많다. 또, 조광조와 인연이 있었던 도봉서원도 있었다. 도봉서원은 역사상 두 번이나 사라졌던 비운의 건물이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불을 질러 사라졌고 또 한 번은 1871년 서원철폐 때 사라졌다. 지금 남아 있는 도봉서원은 1971년에 새로 지은 겨우 세 칸짜리 건물에 불과하다. 옛 사람들은 도봉산을 어떻게 기억했을까?




삼만 그루 복사꽃 피어 있으니

무릉도원 들어가는 느낌이라네.

시냇물은 언제부터 흘러내렸나

거친 길 예로부터 뻗어 있었지.

해가 지자 여윈 말 걸음 늦어도

따순 바람에 겹옷 한결 가볍네.

십육 년 전 본 산을 다시 대하니

푸르른 산봉우리 한결 새롭네.

桃花三萬樹, 似入武陵行.

流水何時有, 荒塗自古橫.

日斜羸馬緩, 風暖裌衣輕.

十六年前面, 蒼峯刮眼明.

김창협(金昌協),「도봉산에 들어서며[入道峰]」


이 시는 김창협이 1697년 제수된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인 미음으로 내려와 있다가 문생들과 함께 도봉서원을 방문하여 감회를 적은 것이다. 김창협은 이때 도봉서원에서 사흘을 묵었는데 밤에 무우단(舞雩壇)에서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고 한다. 온 나무에 복사꽃이 피어 있으니 마치 무릉도원을 들어가는 것만 같다. 시내며 거친 길이며 하나도 변한 것 없이 오래전 보았던 그대로 그리 있었다. 해가 져도 말을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그 풍경들을 다 보면서 지나간다. 마침 따순 날씨 탓에 옷차림도 가볍게 길을 나섰다. 16년 전에 보았던 산을 다시 찾아와보니 산봉우리들이 하나하나 처음 본 것처럼 새롭게 다가온다. 31세 청년 시절에 왔다가 47세 중년에 다시 찾아왔다. 무언가 한 소식을 깨우친 원숙미마저 느껴진다.


도봉 (이방운).jpg 이방운, 도봉서원, 46.5×71.9, 종이, 18세기, 개인




누릿재 꼭대기에 우뚝한 바위

나그네 눈물 뿌려 언제나 젖어 있네.

월남리 향해 월출산 보지를 마소.

봉우리마다 도봉산처럼 뾰족하나니.

樓犂嶺上石漸漸, 長得行人淚洒沾.

莫向月南瞻月出, 峰峰都似道峰尖.

정약용(丁若鏞),「탐진촌요(耽津村謠)」제1수


삼남대로는 한양에서 삼남지방(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으로 가는 도로를 말한다. 삼남대로 누릿재는 한양에서 완주-정읍-장성-나주를 거쳐 해남에 이르는 호남대로의 일부 구간으로,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와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무수한 유배객들이 이 고개를 넘었다. 이 누릿재에서 월출산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월출산과 도봉산은 무척이나 닮은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월출산을 보면 도봉산이 떠오르고, 도봉산이 떠오르면 고향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다산에게 월출산은 차마 볼 수 없는 그런 산이었다.


도봉도(김석신).jpg 김석신, 도봉도, 『도봉첩』, 53.7×36.6, 종이, 18세기, 개인


세상에선 금강산 칭찬하여서

기막힌 구경거리 으뜸이라고

도봉산 가을빛이 무르익으면

아무래도 금강산 보다 낫다 하리라

눈앞에 펼쳐있는 무한한 정취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웁다네.

평소에는 산수에 벽이 있기에

돌아가려 하다가 잊고 있었네.

世稱金剛山 奇賞冠東方

道峯秋色多 反復勝金剛

眼中無限趣 難以言語詳

平生山水癖 欲歸還自忘

윤기(尹愭), 「도봉산을 유람하며 도봉산의 가을 경치가 금강산보다 낫기에 7수[遊道峯山 以道峯秋景勝金剛 分韻作七首]」 제 7수


윤기는 7편의 시를 써서 도봉산의 가을 경치를 극찬하였다. 오히려 금강산의 경치보다도 낫다고 했다. 눈앞에 펼쳐진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차마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풍경에 푹 빠져 쉽사리 돌아갈 줄도 모르고서 그렇게 도봉산 언저리에 오래토록 서 있었다. 도봉산은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금강산, 아니 금강산보다 더 아름다운 그런 산이었다. 서울 사람에게 언제나 가까워서 가기 좋고 아름다워 보기 좋은 산으로 기억되고 있다.


도봉추색도 (정선).jpg 정선, 도봉추색도, 56×80, 종이, 18세기, 한양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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