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 주의식(朱義植),「항우(項羽)」

by 박동욱

5. 회왕을 볼 면목 없으리


英雄運去嘆天亡(영웅운거탄천망) 운 다한 영웅 하늘 망하게 했다 탄식하니

八載干戈夢一場(팔재간과몽일장) 팔 년 간 싸운 전쟁 한바탕 꿈이었네.

不獨江東羞父老(불독강동수부로) 강동 땅 어른께만 부끄러운 뿐 아니니

泉臺何面拜懷王(천대하면배회왕) 황천 갈 제 무슨 낯에 회왕을 뵐 것인가

주의식(朱義植),「항우(項羽)」


[평설]

영웅의 몰락은 그 낙폭만큼이나 비감하다. 그래서 항우의 최후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항우는 해하(垓下)에서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싸움을 잘못한 죄가 아니다.”라 하였다. 항우가 군사를 일으킨 지 8년 동안 70여 차례의 전투를 벌였지만, 끝내 하늘은 항우의 편이 아니었다. 그는 강동 자제 8000명을 데리고 천하를 제패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며 고향을 떠났다. 이제는 그 자제들을 다 잃게 되었으니 혼자 살아 돌아가는 것이 한 목숨 명예롭게 끝내는 것보다 치욕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구차하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할 때 죽음도 하나의 필연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우는 스스로 목을 찔러 자살을 했다.

항우는 여러 번 뼈아픈 실수를 하며 유방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중에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는 항우 자신이 옹립한 초회왕(楚懷王)을 스스로 죽인 일이었다. 유방이 제시한 항우의 10가지 잘못 중에도 이 일이 아홉 번 째 등장한다. 시인은 마지막 구에서 항우의 초회왕 시해사건을 제기함으로써 영웅의 몰락이 외부적인 요인들 보다 결국 스스로 초래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있다.


항우의 최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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