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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08.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6

조식(曺植), 「항우전을 읽고서[讀項羽傳]」

6. 하늘은 왜 항우를 낳았는가?     

英雄死去知無數(영웅사거지무수):   죽어간 영웅들이 무수한 걸 알았지만

讀到騅歌咽不成(독도추가열불성):   오추가 이르러선 목메어 못 읽겠네.

拔木晝冥天意在(발목주명천의재):   나무 뽑히고 낮에 어두운 건 하늘 뜻 있은 듯한데,

如何重作兩瞳生(여하중작양동생):   어째서 눈동자 둘인 사람 거듭 낳은 것인가

조식(曺植), 「항우전을 읽고서[讀項羽傳]」      


[평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항우본기(項羽本紀)」로 되어 있고, 반고의 『한서(漢書)』에는 「항우전(項羽傳)」으로 되어 있다. 역사 속에서 스러져간 영웅들은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항우의 오추가(통상 해하가(垓下歌)란 한다)에서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건만, 시운이 이롭지 못함이여 오추마가 가지 않는구나. 오추마가 가지 않음은 어쩔 수 없거니와, 우미인아! 우미인아! 너를 어찌한단 말이냐.[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騅不逝 騅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울컥대는 마음에 유독 읽기가 쉽지 않다.

B.C. 206년 안휘성(安徽省) 수수(睢水)에서 항우가 한나라 군사를 세 겹으로 포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 나무를 부러뜨리고 대낮인데도 깜깜했다. 아마도 이러한 징조가 항우를 패하게 하려는 뜻이 미리 있었던 듯하기만 하다. 중동(重瞳)은 눈에 눈동자가 두 개 들어있는 것으로 순임금도 중동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구는 하늘의 뜻이 유방을 황제로 만드는 것이라면, 어째서 항우를 낳게 하여 이렇게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게 했느냐는 항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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