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욱 Feb 12.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0

이언진(李彦瑱), 「여태후[呂后]」

10. 여후도 사람 돼지 되었으리 

后旣寵辟陽(후기총벽양)   여후가 벽양후(辟陽侯)를 총애하면서

后何妬戚氏(후하투척씨)   여후는 어찌하여 척씨 질투했는가.

如令帝猶在(여령제유재)   만일 한고조가 살아 있다면

彼亦一人彘(피역일인체)   여후도 한 명의 사람 돼지 되었으리.

이언진(李彦瑱), 「여태후[呂后]」       


[평설]

벽양후(辟陽侯)는 심이기(審食其)의 봉호이다. 유방이 거병한 뒤에 심이기는 유방의 집안 일을 도맡아 처리해 주었고, 항우에게 유방의 아버지와 여후가 잡혀 있을 때에도 여전히 함께 있었다. 후대 사람들은 두 사람이 예사롭지 않은 관계였던 것으로 의심했다. 오죽하면 대신(大臣)이 후비(后妃)에게 총애 받는 것을 벽양지총(辟陽之寵)이라 하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쉽게 예단할 수는 없지만, 환란을 함께 겪은 사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후가 벽양후를 총애하는 그 인정(人情)의 정리(情理)를 안다면, 한 고조가 척씨를 사랑하는 그 정리(情理)도 알아서 척씨를 죽이지 말았어야 했다. 여후 자신도 남녀 간의 부정을 저지르면서 죄 없는 척씨를 죽인 일에 대해 질책과 비판을 담은 셈이다. 척씨의 존재는 조정의 예법에 따라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그녀의 죽음은 전적으로 여후의 개인적인 질투에 기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후의 일탈은 명예와 예법을 거스르는 큰 죄를 지었기에 당연히 ‘사람 돼지’가 되어서 징치(懲治)되어야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