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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11.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9

이언진(李彦瑱), 「한고조[漢高帝]」

9. 선우에게 딸을 보내려 했던 한고조 

信未有反形(신미유반형)   한신(韓信)에겐 반란 형세 없었으니

平未有奇計(평미유기계)   진평(陳平)에게 기이한 계책 없는 것이지.

長女嫁單于(장녀가선우)   맏딸을 선우에게 시집보냈으니

此法始於帝(차법시어제)   이 법이 한고조부터 시작되었네.

이언진(李彦瑱), 「한고조[漢高帝]」     


[평설]

이 시는 한고조의 행위를 비판적인 논조로 보고 있다. 시에는 한신, 진평, 화친 등의 세 가지 인물 또한 사건이 등장한다. 한신(韓信)이 초왕(楚王)으로 봉해졌는데 어떤 사람이 한신(韓信)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고발하였다. 이에 한고조는 한신을 제거하려고 진평(陳平)에게 물었다. 진평은 “초(楚)의 운몽택(雲夢澤)에서 사냥을 하겠다고 제후(諸侯)를 소집하면 한신(韓信)이 나오게 될 것이니 그때 무사(武士)를 대기시켰다가 급습(急襲)하소서”라고 하였다. 한고조는 그의 계책을 써서 한신(韓信)을 사로잡았다. 1, 2구에서는 진평(陳平)이 기발(奇拔)한 계책(計策)을 세우는 모사(謀士)이기는 하나 한신(韓信) 같은 사람을 속여서 잡는 일은 기발한 계책이라 할 수 없다고 나무라고 있다. 진평은 육출기계(六出奇計, 여섯 번 기묘한 계책을 낸 일)라 하여 자주 기발한 계책으로 한고조(漢高祖)의 창업(創業)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한신에게 모반의 혐의가 없는데, 오히려 진평의 기계(奇計)를 써서 죽였으니, 그러한 진평의 기계(奇計)는 기계(奇計)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유경(劉敬, ?-?)은 한(漢)나라가 흉노에게 자주 침공을 당하자 한고조의 장녀를 그들에게 시집보내어 화친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한고조는 조왕 장오(張敖)에게 시집간 자신의 외동딸 노원공주(魯元公主)를 이혼시킨 후 흉노에 시집보내려 했다. 그러나 여후(呂后)가 극력 반대 하자 유방은 가인(家人, 궁녀들 가운데 관직명을 얻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을 뽑아 공주라고 속여서 흉노의 선우에게 시집보내고 유경을 사신으로 보내 화친을 맺게 했다. 한 고조 이전에 제왕이 사이(四夷)를 다스릴 적에 복종하면 감싸고 배반하면 위엄을 보였을 뿐이지 그들하고 혼인 관계를 맺은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공신(功臣)을 공신의 계책을 써서 죽이는 것도, 흉노와 굴욕적인 화친 정책을 편 것도 한고조부터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한고조가 한신(韓信)을 비열한 술책을 써서 죽이지 않았더라면, 한신이 흉노를 막아내어 흉노와 굴욕적인 화친 정책을 펴지 않았을 것이라는 언외(言外)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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