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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10.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8

양경우, 「고제(高帝)」

8. 같은 은혜다른 보답

項伯封侯日(항백봉후일)   항백을 제후로다 봉하던 날에 

丁公賜死時(정공사사시)   정고는 사약내려 죽게 하였네. 

同恩異刑賞(동은이형상)   은혜는 같았지만 상벌이 달랐으니 

此意竟難知(차의경난지)   이러한 뜻 끝내 알기 어렵네.

양경우, 「고제(高帝)」     


[평설]

항백(項伯)은 항우(項羽)의 숙부이자 장량의 친구였다. 항백은 홍문연에서 항우가 범증의 권유대로 유방을 죽일 줄 미리 알고서 장량에게 미리 사실을 귀띰해주었다. 유방은 항백과 혼인을 약속하며 항우의 오해를 풀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튿날 홍문연에서 범증의 지시로 항장(項莊)에게 검무를 추다가 유방을 죽이라고 했는데, 항백도 맞서 검무를 추며 유방을 보호했다.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하고 항백을 석양후(射陽侯)에 봉해주고 유씨 성을 하사하였다. 

 정고(丁固)는 계포(季布)의 외삼촌으로 초나라 장수였다. 팽성(彭城) 서쪽에서 유방을 궁지에 몰아넣고 거의 죽일 뻔하였다. 그러나 유방의 권유에 군대를 돌려 돌아갔다. 고조는 천하를 얻은 뒤에 “남의 신하로서 자기 임금에게 불충(不忠)한 짓을 했다.”면서 그를 참형(斬刑)에 처했다.

항백과 정고 두 사람 모두 유방을 구해준 사실은 같았지만, 그 일에 대한 상벌은 사뭇 달랐다. 물론 항백은 유방의 진영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인물이나, 정고는 유방과는 완전히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인물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였다. 유방은 왜 정고에게는 이처럼 모질게 했을까? 이것은 여러 가지로 분석이 가능하다. 첫째 유방에게 정고는 숨기고 싶은 치욕의 순간을 안겨준 사람이다. 그를 보면 은혜를 입은 사실도 떠오르지만 치욕도 함께 떠올랐을 것이니, 이 사람만 제거하면 치욕의 순간도 함께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 둘째 항우 측에서 귀순한 사람들과 원래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서 군주에게 두 마음을 품지 말라는 강렬한 경고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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