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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17.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3

정온,「항우(項羽)」

13. 어찌하여 항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杯羹密擊誰輕重(배갱밀격수경중)   잔치와 은밀한 습격 어느 게 소중할까 

成敗初非天意存(성패초비천의존)   성패는 애초부터 하늘의 뜻 아니었네.  

亭長艤船應有以(정장의선응유이)   오강(烏江)의 정장이 배 댄 건 뜻 있는데,  

如何徑作劍頭魂(여하경작검두혼)   어찌하여 곧바로 칼에 잘린 혼 되었던가 

정온,「항우(項羽)」     


[평설]

홍문연(鴻門宴)은 유방과 항우의 운명을 가르는 사건이었다. 단순한 친선 차원에서의 잔치가 아니라 항우가 유방을 제거할 소중한 기회였다. 이때 항우가 유방을 제거했다면 천하의 주인은 항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방은 장량의 계책으로 사지(死地)에서 빠져나와서 끝내 항우는 유방을 제거하지 못했다. 이러한 일이 유방이 항우를 꼭 이기게끔 하려는 하늘의 뜻이 아니라 단순히 상황이 꼬인 것뿐이었다.  

항우(項羽)가 해하(垓下)의 전투에서 패하고 나서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그가 마침내 오강(烏江)에 이르자 정장(亭長)이 배를 대주며 강동(江東)으로 건너가서 후일을 도모하라고 했다. 이에 항우는 강동의 자제 8천 명을 데리고 왔는데 다 죽게 만들고 혼자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정장에게 오추마(烏騅馬)를 주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항우가 자그마한 수치를 참고서 권토중래(捲土重來) 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었다. 항우의 마지막 선택은 아쉬움을 남긴다. 세상에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에 정해진 하늘의 뜻[天意]은 없고 다만 하늘의 뜻으로 해석될 뿐이란 사실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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