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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18.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6

이행(李荇), 「홍문(鴻門)」

16. 범증이 장량처럼 되었으리

楚歌垓下自鴻溝(초가해하자홍구)   해하의 사면초가 홍구에서 비롯했으니  

畢竟劉邦亦詐謀(필경유방역사모)   결국엔 유방 역시 속임수 부린거네. 

當日君王能小忍(당일군왕능소인)   당시에 항우 능히 조금만 참았더라면 

居巢功業足封留(거소공업족봉류)   범증은 공로로다 유 땅에 봉해졌으리. 

이행(李荇), 「홍문(鴻門)」     


[평설]

항우와 유방은 홍구(鴻溝)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고 휴전하기로 했다. 곧바로 항우는 억류하고 있던 유방의 부친과 처자식을 돌려보냈지만, 유방은 휴전 협정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기원전 202년 2월, 유방 연합군은 해하(垓下)에서 항우를 겹겹으로 포위하고서 초군을 섬멸하였다. 

이보다 앞서 홍문연에서 항우가 조금만 더 참고 유방을 죽였더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항우는 천하의 주인이 되었을 것이고 범증은 장량과 입장이 바뀌어 유후(留侯)에 봉해졌을지도 모른다. 거소(居巢)는 범증이 살던 곳이고, 유(留)는 한나라 장량의 봉토(封土)이다. 일을 벌이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다. 세상에는 운명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되지 않을 일들이 너무 많다. 하늘은 끝내 항우와 범증의 편에 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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