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욱 Feb 19.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7

윤기,「역사를 읊다 138번째 시[詠史 其百三十八]」

17. 무모한 강도짓을 한 항우

冠玉兵仙棄以資(관옥병선기이자)   진평과 한신 내쳐서는 적들을 도왔으니  

鯁臣亞父與鍾離(경신아부여종리)   강직한 신하로는 범증과 종리매만 남았네.  

屠坑燒掘兼收貨(도갱소굴겸수화)   도륙과 파묻음, 방화와 도굴에다 재물 거두니  

只是無謀強盜爲(지시무모강도위)   다만 무모한 강도짓일 뿐이었네. 

윤기,「역사를 읊다 138번째 시[詠史 其百三十八]」     


[평설]

진평(陳平)은 항우(項羽)를 섬겨 도위(都尉)에 올랐는데, 작은 허물로 인해 항우가 죽이려 하자 도망하여 한(漢)나라로 귀순했다. 한신(韓信)은 항우의 밑에 들어가 낭중(郎中)이 되었는데, 항우에게 여러 차례 간언을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역시 한나라로 귀순했다. 

골경(骨鯁)은 생선가시라는 뜻이다. ‘골경지신(骨鯁之臣)’은 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듣기에 괴로운 직언을 하는 강직한 신하를 가리킨다. 항우는 유방에게 진평과 한신을 빼앗기고, 남은 신하로는 범증, 종리매 정도 밖에 없었다. 『사기(史記)』「진평세가(陳平世家)」에, “항우의 골경신(骨鯁臣)은 아보(亞父)ㆍ종리매(鍾離昧)ㆍ용저(龍且)ㆍ주은(周殷) 등 몇 사람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원소의 아래에도 순욱, 허유 등 훌륭한 인사들이 많았지만 결국 조조 쪽으로 넘어갔다. 리더는 쓸 만한 아랫사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 밑에 둘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법이다.

항우는 유방에 뒤이어 진(秦)나라 함양(咸陽)에 입성했다. 백성들을 도륙하고, 진왕 자영(子嬰)을 죽였으며, 진나라 궁궐을 불사르고, 진시황의 무덤을 파내 보화를 약탈했다. 게다가 그 이전에는 투항한 진나라 20만 대군을 하룻밤 사이에 생매장시키기도 했다. 항우에 앞서 함양에 입성한 유방은 항우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다. 병사들에게 약탈을 금지시켰고, 자영을 살려 두였으며, 약법삼장을 만들어 엄격히 지켰고, 금은보화를 탐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의 사뭇 다른 행동에 민심은 유방에게 자연스레 돌아갔다. 항우는 승자의 아량을 보여주기보다 강도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