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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21.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8

정몽주(鄭夢周), 「빨래하던 여인의 무덤[漂母墳]」

18. 결국 보답을 받게 된 빨래하던 여인

漂母高風我所歆(표모고풍아소흠)   표모의 높은 풍모 내가 흠모 했었는데  

道經遺塚爲傷心(도경유총위상심)   옛 무덤 지나가며 마음이 아프다네. 

莫言不受王孫報(막언불수왕손보)   왕손의 보답 받지 않겠다 말하지 말라 

千古芳名直幾金(천고방명직기금)   천고에 아름다운 이름 그 값은 얼마던가. 

정몽주(鄭夢周), 「빨래하던 여인의 무덤[漂母墳]」   

  

[평설]

사기의 「회음후열전」에 보면 서두에 젊은 날 한신의 강렬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첫째는 남의 집에 빌붙어 살다가 그 집 부인이 홀대하자 떠나는 장면, 둘째는 빨래하던 아낙이 굶고 있는 한신에게 밥을 주는 장면, 셋째는 자신을 모욕한 백정의 가랑이 밑을 지나는 장면 등이다. 이 시는 두 번째 에피소드를 다룬 것이다.  

한신이 성 아래서 낚시질하고 있을 때 그 곁에서 빨래하던 한 부인이 굶주린 한신을 보고 수십 일 동안 밥을 먹여 주었다. 한신이 감사하여 “내가 성공하면 부인에게 후히 갚겠습니다”라고 하니, 그 부인이 “대장부가 끼니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기에 내가 왕손을 애처롭게 여겨서 밥을 드린 것이니, 어찌 보답을 바라겠소.”라고 하였다. 여기서 왕손은 한신을 가리키는 말로, 당시에 상대를 높여 왕손 또는 공자(公子)라고 불렀다. 훗날에 한신이 초왕(楚王)이 되어 빨래하던 부인을 찾아서 금 천 근을 주었다. 

표모묘(漂母墓)는 지금 강소성(江蘇省) 회안시(淮安市)에 아직 남아 있다. 빨래하던 아낙은 그저 배를 곯고 있는 젊은이가 안쓰러워 밥을 먹였을 뿐이니 보답을 바래고 한 일 결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선행이 빌미가 되어 오랜 세월 아름다운 이름이 전해지고 있으니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하게 커다란 보답을 받게 된 셈이 되고 말았다.

     

[주석] ‘흠(歆)’은 세 본이 모두 같으나 뜻으로 미루어 보면 아마도 ‘흠(欽)’ 자이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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