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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23.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21

이제현, 「장량(張良)」

21. ()나라의 원수를 갚은 장량

五世君恩未足酬(오세군은미족수)   오세 섬긴 임금 은혜 충분히 갚지 못해  

誓將心力快秦讎(서장심력쾌진수)   한나라 원수를 갚으려 맹세했네.  

韓王又作彭城土(한왕우작팽성토)   한왕도 팽성의 흙이 되고 말았는데  

借箸何辭轉一籌(차저하사전일주)   젓가락 빌린 계책 굳이 마다 하겠는가.

이제현, 「장량(張良)」


[평설]

장량은 한(韓)나라 사람으로 조부와 부친이 한나라의 5대 왕에 걸쳐서 재상을 지냈다. 진나라가 한(韓)나라를 멸망시키자 장량이 가산(家産)을 털어 자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박랑사(博浪沙)에서 진 시황의 수레를 저격하다가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후에 항우(項羽)가 한왕(韓王)을 한(韓) 나라로 보내지 않고 팽성(彭城)에서 죽이자 한왕을 모시러 왔던 장량은 다시 한고조에게 돌아간다. 한고조가 역이기(酈食其)의 말을 듣고 육국(六國)의 후손을 왕으로 세워서 항우에게 대항하게 하려 하자, 장량이 역이기(酈食其)의 계책을 배척하며 유방(劉邦)에게 “앞에 있는 젓가락을 잠깐 빌려서 대왕을 위해 계책을 설명드리겠습니다.〔臣請借前箸爲大王籌之〕”라고 하며 잘잘못을 계산해 보였다. 

장량이 젓가락을 빌려가며 제시한 전략은 단순히 한(漢)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조국인 한(韓)나라를 멸망시킨 진(秦)나라와 한왕(韓王)을 죽인 항우에 대한 복수심도 함께 담겨져 있던 것이다. 이 시는 장량의 정치적 행위를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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