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35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달 빛 들면 내 생각해주오


저 달이 늘 와서는 내 창을 지켜주니

달그림자 있을 때엔 등불을 꺼두었네.

만일 달이 그대들의 책상을 비추거든

내 마음 달빛인 줄 알아주길 바란다네.

此月常來守我窓 有時淸影廢油缸

若逢月往諸公案 知我心如此月光

이만부(李萬敷), <절명시(絶命詩)>


[평설]

이만부(李萬敷, 1664∼1732)는 조선 후기 학자이다. 평생 출사(出仕)하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 매진했다. 만년에는 역학(易學)에 관해서 깊이 연구하였다. 특히 글씨에 뛰어났다. 평소에 오현(五賢, 주염계, 정명도, 정이천, 장횡거, 주자)의 초상을 걸어놓고 존모했다. 그들처럼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한 셈이다.

그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노계원(盧啓元)이 남긴『가장(家狀)』에 상세히 남아 있다. 자식과 문인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그리고 평소 존경해 왔던 오현을 그린 「오현도(五賢圖)」를 펼치게 한 다음, 하직 인사를 드렸다. 그 후 이 절명시를 짓고서 운자(韻字)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끝내 수정토록 지시한다. 다음날 방을 청소하고 이부자리를 정돈하게 한 뒤 세상을 떠난다. 그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종교적인 의식을 치르는 것만 같다.

달은 언제나 찾아와서 창가를 비춰 주곤 했다. 그 달빛을 온전히 느끼려고 방 안의 등불도 끄곤 하였다. 그래서 자신은 달과 하나가 되었다. 지금 나는 세상을 떠나지만, 완전히 소멸해 버린 것은 아니다. 그대들 책상에 달빛이 비치게 된다면 내가 찾아온 줄 알아달라고 했다. 이 시는 조선시대 절명시 중에 가장 아름다운 시 중 한 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은 내 몸이 소멸하면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잊힌다는 점에서 두렵다. 영화「코코(coco)」(2017)는 사람들 기억 속에 사라지는 것이 진정한 죽음이란 사실과, 사람들이 기억해 준다면 그것이 죽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준다. 죽음으로 이승을 떠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몸은 사라져도 그대들의 곁에 있을 것이니, 그대들은 나를 떠올려 주길 바란다. 이것이 육신이 없어도 영별(永別)이 아닌 재회(再會)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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