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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Apr 18.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

윤기(尹愭), 「관왕묘에 가서 기도를」

5. 관왕묘에 기도 드리다

假令才足追蘇黃(가령재족추소황)   재주가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을 따라잡기 충분하더라도  

未必關公自主張(미필관공자주장)  관우(關羽)가 과거 급제를 정해주진 못할 것이네.       

況我一毫猶不盡(황아일호유부진)   더구나 나는 한 자루의 붓도 멀쩡한데       

安能感格彼蒼蒼(안능감격피창창)   어찌 저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       

윤기(尹愭), 「꿈속에서 과거 시험 날짜가 다가오자 관왕묘에 가서 기도를 드리려고 하는 사람에게 내가 시를 지어 주었다. 잠 깬 뒤에 두세 글자가 분명치 않으므로 뜻에 맞게 보충하였다[夢有人臨科, 將禱關廟, 余贈以詩, 覺後有數三字未詳者, 以意補之]」          


[평설]

이 시는 1791년 초가을에 윤기의 나이 51세 때 쓴 것이다. 관우 사당은 여러모로 영험한 기운이 있었던 것 같다. 아픈 사람은 치료를 위해 찾았고, 수험생은 합격을 빌기 위해 찾았다. 그렇지만 중국에 내로라하는 문인이라 하더라도, 관우가 과거 급제를 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노력도 하지 않고 기도에 의지한다고 합격할 수는 없다. 오직 붓이 모지라져서 쓸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이 있어야지, 과거 시험에서 급제라는 영예를 누릴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노력은 하지 않고 관우 사당에 찾아와서 합격해달라고 기도하는 풍조를 꼬집었다. 하늘을 감동하게 할 노력이 있어야 운명은 변할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은 등을 돌리더라도 끝내 하늘은 외면하지 않고 내 편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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