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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Apr 30. 2024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38

신흠, 「영사(詠史)」 ‘한신(韓信)’

38. 유방과 한신의 갈림길

當年漢祖無韓信(당년한조무한신)   그 당시 유방에게 한신이 없었다면  

垓下奇功豈易期(해하기공기이기)   해하의 뛰어난 공 어찌 쉽게 기약했으랴  

將將將兵非二道(장장장병비이도)   장군 지휘 병사 지휘 다를 것 없다지만 

秖緣時命有成虧(지연시명유성휴)   그저 다만 운명 따라 성패가 갈리누나.

신흠, 「영사(詠史)」 ‘한신(韓信)’     


[평설]

해하전투는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치른 마지막 대결이었다. 이 전투가 유방의 승리로 돌아가며 항우는 생을 마감했다. 만약 유방에게 한신이 없었다면 항우에게 승리할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한신의 공이 컸다. 한 고조와 한신이 나눈 ‘다다익선(多多益善)’ 이야기는 그들의 운명을 잘 말해준다. 한 고조(漢高祖)가 한신(韓信)에게 자신이 지휘할 수 있는 군사의 규모를 묻자, 한신이 10만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한 고조가 다시 물었다. “그대가 지휘할 수 있는 규모는 어떠한가?” 한신이 대답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한 고조가 물었다. “다다익선의 능력으로 어째서 나의 휘하가 되었는가?” 한신이 답하였다. “폐하는 군사를 지휘하는 일은 잘 못 하지만 장수를 지휘하는 데는 잘하십니다. 이 점이 바로 제가 폐하의 휘하가 된 이유입니다. 게다가 폐하가 천하를 얻은 것은 소위 하늘이 주신 것[天授]이지 사람의 힘[人力]으로 이룬 것이 아닙니다.”

병사를 지휘하는 일이나 장군을 지휘하는 일이나 크게 보면 다를 것이 없다. 한신은 병사를 지휘하는 데 능하였고, 유방은 그런 장군을 지휘하는 데에 능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유방은 하늘이 주신 운명을 가진 것이었고 한신은 사람의 힘으로 얻어진 능력이 있었다. 한마디로 하늘이 주신 운명이 사람의 힘을 이긴 것이었다. 유방은 가장 먼저 한신을 숙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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