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홍,「기신(紀信)」
66. 그 누가 기신의 공훈 그려줄까
却乘黃屋出城門(각승황옥출성문) 황제수레 타고서는 성문을 나섰으니,
萬古長嗟未死魂(만고장차미사혼) 만고에 죽지 않은 넋 길이 탄식하네.
天下未應三傑力(천하미응삼걸력) 세상에서 당연히 삼걸만 못했으니
璧間誰畫紀信勳(벽간수화기신훈) 벽 사이에 그 누가 기신의 공훈 그려주랴.
이유홍,「기신(紀信)」
[평설]
기신은 한고조 유방의 수레를 타고 성문을 나섰다. 초나라 쪽에서는 당연히 한고조 유방인 줄 알았고, 그 틈을 타서 진짜 한고조 유방은 다른 문으로 달아났다. 기신은 격노한 항우에 의해 불에 태워 죽어갔다. 그렇지만 한고조 유방은 기신과 그의 가족을 나 몰라라 했다. 시인은 기신의 공이 삼걸(三傑)인 장량, 한신, 소하만 못한 탓에, 공신각(功臣閣)에 그의 초상(肖像)이 벽에 걸리지 않았다고 보았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을 외면한다면, 또다시 그 누가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