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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4. 깊은 산속에 살리라[山居], 이인로(李仁老)

by 박동욱

4. 깊은 산속에 살리라[山居], 이인로(李仁老)

春去花猶在 봄 가도 꽃은 아직 피어 있는데

天晴谷自陰 날 맑은데 골짜기 그늘이 졌네.

杜鵑啼白晝 소쩍새 한낮에도 울어댔으니

始覺卜居深 사는 곳 깊은 줄을 지금 알겠네.


[평설]

봄은 진작 지났는데 꽃은 아직도 봄인 줄 알고서 지지 않았다. 활짝 갠 날인데도 골짜기는 밤중처럼 깜깜하다. 여기서 원문은 두견새라 나오지만, 사실은 소쩍새다. 옛사람들은 두견새와 소쩍새를 구분하지 못하고 착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두견새와 소쩍새는 전혀 다른 새다. 두견새는 밤낮으로 울지만, 소쩍새는 밤에만 운다. 소쩍새는 밤에만 울어야지만 한낮인데도 밤인 줄 잘못 알고서 울어댄다. 말 그대로 계절, 날씨, 시간을 착각할 만큼 깊은 산골이다. 지긋지긋한 사람이 없는 산속이 참 좋다. 여기서 오래도록 나는 나와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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