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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5)

5. 날 찾을 이 누구인가[山居]. 허경윤(許景胤, 1573~1646)

by 박동욱

5. 날 찾을 이 누구인가[山居]. 허경윤(許景胤, 1573~1646)

柴扉尨亂吠 삽살개 사립문서 마구 짖는데

窓外白雲迷 창밖엔 흰 구름이 자욱하였네.

石逕人誰至 돌길인데 그 누가 찾아오리까

春林鳥自啼 봄 숲에서는 새만 저 혼자 우네.


[평설]

삽살개가 요란하게 짖어 대서 혹시나 누가 왔나 창밖을 내다본다. 사립문 밖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흰 구름만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이런 험한 돌길을 뚫고 찾아올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금세 바뀌었다. 실은 봄 숲에 우는 새를 보고 삽살개가 울어댄 것이다. 봄이 와서 새가 돌아왔지만 무언가 가슴 한 켠이 서늘하다. 끝내 오지도 않을 그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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