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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7)

7. 소나기와 연 잎의 전투[驟雨], 노긍(盧兢, 1737-1790)

by 박동욱

7. 소나기와 연 잎의 전투[驟雨], 노긍(盧兢, 1737-1790)

風扉自閉燕雛驚 바람에 문 닫히자 제비 새끼 놀라고

急雨斜來谷口平 소낙비 들이치니 골 어귀 어둑했네.

散入靑荷三萬柄 푸른 연잎 삼만 장에 빗줄기 쏟아지자

嗷嘈盡作鐵軍聲 온통 갑옷 부딪치는 후드득 소리로다.


[평설]

소나기가 내리려고 분위기를 잔뜩 잡더니, 강렬한 소나기가 이내 쏟아져 내렸다. 바람이 훅 불어 제비 새끼들은 놀랐고 골짜기에는 잔뜩 먹장구름이 끼었다. 그러다가 일시에 소낙비가 연잎에 쏟아져 내린다. 이제부터 물 화살과 연잎 방패 사이에 한바탕 전투가 벌어진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지만, 요란스러운 싸움이었다. 그러나 해만 뜨면 금세 화해를 한다. 물 화살을 멈추자, 연잎 방패도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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