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지독한 추위[極寒], 박지원(朴趾源)
8. 지독한 추위[極寒], 박지원(朴趾源)
北岳高戌削 북한산은 창처럼 깎아지르고
南山松黑色 남산은 소나무가 새까맣도다.
隼過林木肅 솔개 지나자 숲은 오싹하였고,
鶴鳴昊天碧 학 울자 저 하늘은 새파랗도다.
[평설]
이제 동장군도 예전만 못하다. 그렇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겨울이 되면 살을 에일 정도로 추웠다. 북한산은 초병의 뾰족한 창처럼 날카롭고 남산 소나무는 짱짱하게 시커멓다. 이때 굶주린 솔개가 지나가니 숲은 겁먹은 병아리처럼 움츠러들고, 학이 울어대니 하늘은 새파랗게 질려서 금이 갈 것만 같다. 이렇게 하늘이나 땅이나 온통 얼어붙어 있었다. 춥다는 글자 하나 직접 쓰지도 않았지만 어떤 추위보다 강렬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