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허탕 친 도둑[謝盜], 변종운(卞鍾運)
14. 허탕 친 도둑[謝盜], 변종운(卞鍾運)
蕭然茅屋碧山垠 쓸쓸한 초가집은 산 아래 있었는데,
犬吠踈籬月半輪 개 짖는 성긴 울에 반달이 떠올랐네.
徒手入來徒手去 맨손으로 들어왔다 맨손으로 가버리니,
主人寗不愧家貧 주인도 가난한 집 부끄럽기 그지없네.
[평설]
산자락에 위치한 초가집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집 둘레에는 얼기설기 울타리가 대충 둘러쳐져 있을 뿐이다. 낯선 사람의 반갑지 않은 방문을 알리려고 개는 연신 컹컹 짖는다. 도둑은 가져갈 것 하나 없어서,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원래 시 제목은 ‘도둑에게 사과한다’ 이다. 사실 진짜로 미안하고 사과해야 할 것은 가난에 고스란히 노출된 가족일지도 모른다. 극빈(極貧)의 부끄러움을 이렇게 재치 있게 표현했다. “가난하면 행복이 창문으로 달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