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모기를 증오하며[憎蚊], 정약용
43. 모기를 증오하며[憎蚊], 정약용
사나운 범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를 쿨쿨 골며 잠잘 수 있고
기다란 뱀 처마 끝에 걸려 있대도
꿈틀대는 꼴 누워 볼 수 있지만
모기의 왱왱 소리 귓전에 들려오면
기겁하고 낙담하며 마음속 태운다네.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어이하여 뼛속까지 독기를 뿜어내냐
베이불 꽁꽁 싸고 이마만 내놓으면
잠깐 새 온통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고
제 뺨을 찰싹 쳐도 헛손질 일쑤이며
넓적다리 급히 쳐도 모기는 간데없네.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을 설치기에
길고 긴 여름밤이 일 년처럼 길기만 해
…하략…
猛虎咆籬根 我能齁齁眠
脩蛇掛屋角 且臥看蜿蜒
一蚊譻然聲到耳 氣怯膽落腸內煎
揷觜吮血斯足矣 吹毒次骨又胡然
布衾密包但露頂 須臾瘣癗萬顆如佛巓
頰雖自批亦虛發 髀將急拊先已遷
力戰無功不成寐 漫漫夏夜長如年
……
[평설]
이 시는 정약용이 1804년 강진 유배 시절에 지은 것이다. 모기는 괴로운 존재였지만, 퇴치법도 마땅치 않았다. 피는 뽑아 먹고 숙면은 앗아갔다. 오죽하면 사나운 호랑이나 기다란 뱀보다 무섭다고 표현했을까? 모깃소리가 공습경보처럼 들리면 마음의 평정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이불을 꽁꽁 싸매 피해 보려 하지만, 모기란 놈은 조금이라도 노출된 부위만 집요하게 공격한다. 한번 잡아 보려고 애를 써봐도 모기는 이미 내빼서 자취가 없다. 긴 밤을 일 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작은 악마는 다름 아닌 바로 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