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52)

52. 이름 석 자 적고 놓고서 오다 [雪中訪友人不遇], 이규보(李奎報)

by 박동욱

52. 이름 석 자 적고 놓고서 오다 [雪中訪友人不遇], 이규보(李奎報, 1168~1241)

雪色白於紙 눈빛이 종이보다 새하얗기에

擧鞭書姓字 채찍 들어 내 이름 써 두고 가니

莫敎風掃地 바람아 부디 불어 땅 쓸지 말고

好待主人至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다오.


[평설]

눈이 내리는 데 갑작스레 친구가 보고파서 친구의 집에 불쑥 찾아간다. 때마침 친구는 집을 비워 놓고 외출 중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눈이 소복이 쌓인 바닥에다 말채찍으로 이름 석 자를 적어놓는다. 바람에게는 바닥의 글자를 그대로 있게 해달라고 당부한다. 아마도 이름은 금세 지워졌으리라. 어차피 내가 친구가 보고 싶어 갔다가 허탕한 거니 친구가 내가 방문했다는 사실을 몰라도 아쉬울 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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