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눈 위에서 어지러이 걷지 말라[野雪], 이양연
75. 눈 위에서 어지러이 걷지 말라[野雪], 이양연
穿雪野中去 눈 밟고 들 가운데 걸어갈 적엔
不須胡亂行 모름지기 어지러이 걷지 말아라.
今朝我行跡 오늘 아침 내가 간 발자국들이
遂爲後人程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평설]
이 시는 사명대사나 김구 선생의 시로 알려져 있으나 와전된 것이다. 들판에 눈이 수북하게 내렸다. 아침 일찍 어딘가 가야 하니 그 눈에 처음 발자국을 놓는다. 그것이 고스란히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里程標)가 된다. 내가 산 삶이 앞으로 살 사람에게 지침이나 본보기가 된다. 이처럼 내가 간 길이 나에게만 단순하게 귀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길들이 무수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눈 속에 발자국처럼 금세 사라진다 해도 함부로 살 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