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천년 뒤에 나를 증명하리라[衚衕居室 157], 이언진(李彦瑱)
81. 천년 뒤에 나를 증명하리라[衚衕居室 157], 이언진(李彦瑱)
痴獃朽聰明朽 어리석은 자나 총명한 자나 썩으니
土不揀某某某 흙은 누구라 해서 가리지 않네.
兎園冊若干卷 변변찮아 보이는 책 몇 권들이
吾證吾千載後 천 년 세월 지낸 뒤 날 증명하리.
[평설]
어떤 사람이나 예외 없이 썩어서 사라진다. 썩어서 사라지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그들이 남겼던 글도 마찬가지다. 이언진의 신분은 중인에다 직업은 역관(譯官)이니 세상에서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누구도 쓰지 않았고 쓸 수 없었던 자신의 시를 모아 책으로 엮으려 애썼다. 당대에는 시답지 않은 책으로 보일지라도, 천년 뒤에는 자신의 책이 사람들에게 기억되리라. 현세의 불행은 불후(不朽)의 저술이 언젠가 위로해 줄 것이다. 세상에 썩을 것과 썩지 않을 것이 있다면, 나는 절대로 썩지 않을 것을 남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