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낙산의 오래된 집[駱峯人家], 최경창(崔慶昌)
87. 낙산의 오래된 집[駱峯人家], 최경창(崔慶昌, 1539∼1583)
동봉에 구름 안개 아침 햇살 가려서
나무에 깃들인 새 늦도록 가만있네.
이낀 낀 옛집에는 홀로 문 닫혔는데
뜰 가득 맑은 이슬 장미꽃 적시었네.
東峰雲霧掩朝暉 深樹棲禽晩不飛
古屋苔生門獨閉 滿庭淸露濕薔薇
[평설]
낙산(駱山)은 서울의 종로구와 동대문구, 성북구에 걸쳐 위치한 산이다(고도:97m). 산모양이 낙타의 등과 같다고 해서 낙타산(駱駝山)이라고 하였는데 낙산으로 줄여 불렀다. 임화는「할미꽃 의젓이 피는 낙타산록의 춘색」(조광, 1936.4)에서 서울을 둘러싼 북악산, 인왕산, 종남산 등과 낙산을 비교하면서, 낙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말했다.
낙산에 있던 누구의 집이었을까. 구름과 안개가 아침 햇살을 가려서 새들은 아침이 온 줄도 몰랐다. 오래된 집에는 이끼가 잔뜩 껴 있고 문은 단단히 잠겨 있다. 그 옛날의 화려한 시절을 기억하듯 장미만 그렇게 피어 있었다. 사람의 자취 대신 안개와 구름, 이끼, 이슬이 대신 차지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