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두건 가득 솔방울 담겼다[泉雨閣], 박준원(朴準源)
91. 두건 가득 솔방울 담겼다[泉雨閣], 박준원(朴準源, 1739∼1807)
산을 보다가 깜빡 잠에 빠져서
산이 가까이 온 줄 전혀 몰랐네.
산바람이 몇 번쯤 불어오더니
두건 가득 솔방울 떨어져 있네.
看山忽高眠 不覺山近人
山風吹幾番 松子落滿巾
[평설]
천우각(泉雨閣)은 금위영(禁衛營)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고관이나 귀인들이 여기에 찾아와 더위를 식히곤 했다. 서울시 중구 필동의 남산골공원에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에 천우각을 복원해 놓았다. 누각에서 산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설핏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새 바람 불어 솔방울이 떨어져 두건에 담겨 있었다. 그제야 누각에서 산이 가까운 줄 알게 되었다.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은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르다가 멀어져야 깨닫게 된다. 산 근처 누각에 바람은 선잠 들기 좋게 불고 선물처럼 솔방울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