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95)

95. 신관이나 구관이나 똑같이 어질었다[題路傍去思碑], 이상적(李尙迪)

by 박동욱

95. 신관이나 구관이나 똑같이 어질었다[題路傍去思碑], 이상적(李尙迪 1803~1865)

거사비 세운다고 함부로 돈 거둬가니

백성들 유랑함은 그 누가 시켰던가

빗돌은 말도 없이 큰길 막고 서 있는데

신관은 어찌 그리 구관 닮아 어질던지

去思橫斂刻碑錢 編戶流亡孰使然

片石無言當路立 新官何似舊官賢


[평설]

거사비(去思碑)는 선정(善政)을 베푼 감사(監司)나 수령(守令) 등이 떠난 뒤에 그들이 재임했을 때의 공덕을 기리어 고을 주민들이 세운 비석이다. 거사비의 취지는 원래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관리가 했던 선정(善政)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백성들이 돈을 거두어 자발적으로 빗돌을 세워 주었다.

거사비 세운다고 마구 돈을 뜯어 가서 백성들은 떠돌면서 빌어먹게 되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거사비가 오히려 백성을 괴롭게 만들었다. 빗돌에는 한결같이 어질었다고 써 있었지만 실제는 이와 달랐다. 새로 부임한 관리는 이제 떠나는 옛날의 관리를 닮아 어질기만 하다며, 이런 우스운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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