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어떤 탄원서[爲人訟寃], 이옥봉(李玉峯, ?∼1592)
102. 어떤 탄원서[爲人訟寃], 이옥봉(李玉峯, ?∼1592)
洗面盆爲鏡 세수할 땐 물동이로 거울을 삼고
梳頭水作油 빗질할 땐 물로다 기름 삼지요.
妾身非織女 제 몸이 베 짜는 직녀 아닌데,
郞豈是牽牛 낭군 어찌 소 끄는 견우겠어요.
[평설]
소도둑으로 몰려 남편이 잡혀가자 이웃집 아낙이 옥봉을 찾아왔다. 자신의 남편은 소를 훔치지 않았으니 관아에 올릴 탄원서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시로 쓴 탄원서의 내용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거울과 기름이 없어 물로다 거울과 기름으로 삼는 어려운 살림이다. 가난한 살림이라 베짜는 여자가 되기 쉽지 않으니 남편이 소를 끄는 남자가 되겠느냐고 했다. 이처럼 이웃집 아낙의 가난한 삶을 읊으면서 아낙 남편의 무고함을 말했다.
관리는 이 시를 보고 놀라며 이웃집 남편을 풀어주었다. 이옥봉이 함부로 시를 써서 논란을 만들었다고 생각한 남편 조원은 이옥봉을 내치고 끝내 보지 않았다. 시 한 편으로 다른 사람의 남편은 구했지만, 자신의 삶은 불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