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꿈을 기록하다[記夢], 권필
103. 꿈을 기록하다[記夢], 권필
人間百事與心違 세상에 온갖 일이 생각과 달라져서
江漢垂綸計亦非 강가에서 낚시할 계획도 글렀는데,
一夜夢魂能辦此 하룻밤 꿈속 넋이 이 일을 이뤘으니
蘆花煙雨滿蓑衣 갈대꽃과 안개비가 도롱이 가득했지.
[평설]
어느 날 꿈을 꾸고 그 일을 시로 기록해 두었다. 강가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갈대꽃은 드날리고 안개비는 내려서 꽃과 비가 도롱이를 적시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려 했던 계획도 이런저런 일이 벌어져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꿈속에서 낚시질하게 되었으니 평소의 계획이 이루어진 셈이다. 소박한 꿈은 고단한 현실에 늘 자리를 양보했다. 그래서 어떤 일들은 언제나 할 수 있지만 끝까지 하지 못한다. 그는 궁류시(宮柳詩)를 지어 풍자하다 장독(杖毒)이 올라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