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인생길 열두 고개[十二峙謠], 이서우(李瑞雨)
105. 인생길 열두 고개[十二峙謠], 이서우(李瑞雨)
一嶺高一嶺低 한 고개는 높직하고 한 고개는 나지막하고
前深溪後淺溪 앞에는 깊은 개울 뒤에는 얕은 개울 있네.
一嶺短一嶺長 한 고개는 짤막하고 한 고개는 기다랗고
石磊磊松蒼蒼 돌멩이 쌓여있고 소나무는 무성하네.
一嶺曲一嶺直 한 고개는 구불구불 한 고개는 뻗어 있고
駟馬蹶僕脅息 말들은 자빠지고 종놈은 헐떡대네.
六嶺度了又六嶺 여섯 고개 넘고 나자 여섯 고개 남아 있어,
朝發昆明泗夕景 아침에 곤명 떠나 저녁에 사천 오네.
世間道途無時平 세상에 도로들은 평탄할 때 없을 거니,
吾行宜休不宜行 내 행차 쉬는 게 낫지 가는 것 좋지 않네.
[평설]
이 시는 이서우가 경상도 관찰사로 재직할 때 경상남도 곤양면에서 사천시까지 가는 길에 겪은 열두 고개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은 고개를 넘는 것과 똑같다. 하나도 만만한 고개가 있지 않다. 고개를 다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고개들이 펼쳐져 있다. 고개를 넘을 때 간혹 선물처럼 평탄한 길들이 있을 때도 있지만, 매번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쉬지 않고 고개를 넘으려 한발 두발 옮길 뿐이다. 무언가 극적인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는 접어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