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109)

109. 아무도 오지 않는 눈내리는 밤[縣齋雪夜], 최해(崔瀣)

by 박동욱

109. 아무도 오지 않는 눈내리는 밤[縣齋雪夜], 최해(崔瀣)

三年竄逐病相仍 삼 년 동안 귀양살이 병까지 걸렸는데

一室生涯轉似僧 단출한 방 한 칸은 중이나 다름없네.

雪滿四山人不到 산 가득 눈이 내려 아무도 안 오는데

海濤聲裏坐挑燈 파도 소리 들으며 앉아 등불 심지 돋운다.


[평설]

최해는 고려 때 문인으로 성품이 강직하여 세상에 아부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출세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유배에 와서 병까지 걸렸다. 단출한 살림은 중이나 다름없다. 산이 온통 눈에 덮여 올 사람이 있지 않다. 파도 소리만 들리는데 심지 돋우어 불은 밝혀본다. 「위대한 침묵」이란 영화에는 일상이 피정(避靜)인 사제의 생활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보통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살 수는 없고 언제나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때로는 가끔 그렇게 살 수도 있어야 하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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