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옛 터전 잃더라도[寶泉灘卽事], 김종직(金宗直)
139. 옛 터전 잃더라도[寶泉灘卽事], 김종직(金宗直)
복사꽃 뜬 물결 높이 얼마나 불었는가.
솟은 바위 아주 잠겨 어딘지 모르겠네.
한 쌍의 가마우지 옛 터전 잃고서는
물고기 입에 문 채 부들에 들어가네.
桃花浪高幾尺許 狠石沒頂不知處
兩兩鸕鷀失舊磯 銜魚飛入菰蒲去
[평설]
이 시는 보천탄(寶泉灘)의 정경을 즉흥적으로 읊은 것이다. 복사꽃 필 무렵 여울 물 불어나서 물살이 거세졌다. 여울에 솟은 바위는 세찬 물결에 잠겨서 자취를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가마우지는 옛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 셈이다. 그렇지만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입에 물고 부들로 들어가서 다시 자리 잡는다. 상황이 바뀌어서 모든 것이 달라지면 삶의 의지조차 꺾인다. 그렇지만 이대로 체념한 채 포기할 수만은 없다. 그래도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