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156)

156. 비 내리는 날에[雨中], 이정주(李廷柱, 1778~1853)

by 박동욱

156. 비 내리는 날에[雨中], 이정주(李廷柱, 1778~1853)

먹구름 하루 종일 거센 물결 보내오니

비스듬히 남풍 끼고 빗줄기 거세다네.

홀로 앉아 향 피우고 옛 책을 읽노라니

마당에 물 넘쳐서 섬돌 잠긴 줄 몰랐구나.

黑雲終日送驚濤 斜挾南風雨勢豪

獨坐焚香看古書 不知庭水沒階高


[평설]

먹장구름 몰려오더니 거센 비가 내리친다.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가만히 앉아본다. 향을 피워 놓고 책을 꺼내 읽는다. 이 진공과도 같은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동안 비가 어찌나 많이 퍼부었는지, 마당에 물이 넘쳐 섬돌이 잠겨 버렸다. “난 외부에서 어떤 충격과 시련이 온다 해도 상관하지 않겠다. 내면만 단단히 한다면 아무것도 나를 흔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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