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158)

158. 인생은 나그네 길[贈新寓隣人用杜詩韻], 송익필(宋翼弼)

by 박동욱

158. 인생은 나그네 길[贈新寓隣人用杜詩韻], 송익필(宋翼弼)

혜초 꿰어 엮어서 긴 패물 만들고

연잎 잘라 짧은 치마 지어 입누나

집 없으니 언제나 여관 밥 먹고

술 마시지 않아도 청광이 되네.

새로 알면 곧바로 친척이 되니

타향 땅이 곧바로 고향이라네.

가을 하늘 바라보니 멀기만 한데

돌아가는 저 새는 석양빛 받네.

紉蕙成長佩 裁荷作短裳

無家常旅食 不飮亦淸狂

新識爲親戚 他山是故鄕

秋天看更遠 歸鳥帶斜陽


[평설]

혜초와 연잎은 모두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이소(離騷)〉에 나오는 말로 은사(隱士)를 상징한다. 그가 어떤 삶을 지향했는지 이 두 단어가 잘 보여준다. 정해 놓은 집이 없으니 여관을 전전하며 밥을 먹고,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행동한다. 이웃 사람도 친척이라 여기고 타향도 고향이라 여기면 그뿐이다. 이러한 긍정적 언사들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아무 것에게서도 위로를 얻을 수 없는 깊은 고독을 느끼게 된다. 평생 정주(定住)할 수 없었던 노마드의 삶을 이 시는 잘 보여준다. 이것이 송익필에게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삶이란 낯선 공간에서 나그네처럼 타향을 떠돌다 삶을 마감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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