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나는야 책벌레[『聞見隨錄』], 유희(柳僖)
160. 나는야 책벌레[『聞見隨錄』], 유희(柳僖)
老我前身定蠹魚 늙은 난 전생에는 반드시 좀벌레였을 것이니
一生滋味在咀書 한평생 맛난 음식, 책 씹는 데 있었다네.
日日鑽從深處去 날마다 뚫어서는 깊은 데 들어가면
不知踐歷已何如 시간 얼마 지났는지 알지를 못하겠네.
[평설]
유희(柳僖)는 본인을 좀벌레[蠹魚] 또는 식서어(食書魚)로 여러 차례 표현하고 있다. 좀벌레는 책을 뜯어 먹는다. 그래서 예전에는 좀벌레를 막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햇빛에 책을 말리는 포쇄(曝曬)를 하곤 했다. 자신을 좀벌레에 빗대어 자신의 독서벽을 말했다. 한마디로 책에 빠진 책벌레란 말이다. 독서에 푹 빠져서 깊은 의미에 도달하게 되면, 시간이 얼마나 경과된 지도 모를 지경이 된다. 때로는 독서가 삶을 구원해 준다.